배너광고 가격을 낮출 수 없는 이유  
     
  작성자 : 배너야 (homeset@bannerya.com)    http://www.bannerya.com  
  작성일 : 2002/07/16 08:29  
  조회수 : 1132  
     
  배너 광고 가격을 내리지 못하는 단 한가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광고 서빙(ad serving: 배너 광고를 사이트에 띄우고 관리해 주는 서비스) 때문이다.

배너 광고는 웹 사이트에 저절로 뜨는 것이 아니다. 배너 광고를 웹 사이트에 전달하고 띄우기 위해선 기술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여기엔 비용이 들어간다. 이 광고 서빙의 가격은 배너 광고 1000개 당 (미화)0.3달러에서 1달러 사이로 책정돼 있다.

바로 이 광고 서빙 비용 때문에 온라인 미디어 사업체들이 아직까지 과감한 가격 할인 정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웹 사이트가 자신들의 CPM 가격을 (과감하게) 0.4달러로 책정했다고 하자. 그리고 0.4달러 중 사이트가 이익을 남기는 ‘마진’이 0.1달러라고 가정하자. 그러면 이 사이트는 25%의 마진율(0.1/0.4=0.25)을 갖는 것인데, 여기에 0.3달러의 광고 서빙 비용을 추가한다면 마진율은 –50%로 추락해 오히려 손해를 보고 만다. (기존 비용 0.3달러+광고 서빙 비용 0.3달러=0.6달러, 결국 0.2달러의 손실, 이를 CPM 가격 0.4달러로 나누면 마이너스 마진율 50%가 나옵니다. – 편집자)

결국 손해를 면하기 위해 웹 사이트는 CPM의 가격을 두 배 이상 올릴 수 밖에 없고, 두 배 이상 올라간 가격을 본 광고주들은 ‘차라리 신문 광고를 내겠다’며 돌아서고 마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더블클릭?

증권 거래 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filings)의 자료에 의하면, 대표적인 광고 중개 업체인 더블클릭(DoubleClick)은 매달 광고 판매로 2100만 달러를 벌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정도의 광고 판매로 얻는 임프레션은 매달 550억 개라고 한다. 이 수치를 갖고 계산해 보면 더블클릭은 임프레션 1000개(CPM) 당 0.387달러의 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이는 처음 제시됐던 CPM 가격 0.39달러와 거의 일치한다.

그러나 문제는 더블클릭이 자신들이 벌어들이고 있는 CPM 가격을 고객 광고주들에게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광고주들에게 0.39달러보다 훨씬, 훨씬 더 많은 CPM 가격을 물리고 있다. 풀이하자면, 더블클릭은 더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 층을 확대하기 보다는, 고가 정책으로 소수의 광고주들만 온라인 광고 시장에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더블클릭이 왜 이런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지는 자명하다. 자신들이 관리하는 온라인 광고 수와 임프레션 수가 적을수록 광고 서빙에 들어가는 전체 비용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광고와 임프레션 수가 줄어들면 광고 서빙 뿐만 아니라 그 밖의 거래 비용 역시 줄어든다.)

이런 식으로 광고 서빙 비용을 떨어뜨리면 더블클릭의 수익 향상엔 도움이 되겠지만, 이는 결국 온라인 광고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빚을 뿐이다.

영화관에 비유를 하자면, 사람이 많이 들 때 들어가는 부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영화 한편 당 50달러의 입장료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50달러 입장료로 10명의 손님을 받으나 5달러 입장료로 100명의 손님을 받으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시장에서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은 달랑 100명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50달러의 돈을 내고 극장을 찾는 사람들은 언제든 영화관에 발을 끊을 수도 있지만, 영화 관람료가 저렴하다면 정기적으로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이 늘고, 새로운 고객들을 맞이하는 것도 훨씬 유리하다.

배너 광고 가격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그렇다고 우리가 조만간 더블클릭이나 다른 온라인 광고 업체가 광고 서빙 가격을 낮출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광고 서빙이 더블클릭의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0%이다. 광고 서빙은 온라인 미디어 업계의 수익 향상을 위한 장애물이지만, 더블클릭에게는 매우 중요한 ‘밥줄’인 셈이다.

현재 온라인 광고 서빙 솔루션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더블클릭 입장에선 이 광고 서빙 가격을 쉽사리 내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19세기에 있었던 스탠다드 오일(Standard Oil)의 석유 시장 독점과 비슷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 당시 스탠다드 오일은 석유 운송과 같은 석유 관련 사업을 독점하면서 경쟁자들의 시장 접근을 막았으며,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석유 가격이 내려가는 것까지 방해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 해결책이 있다. 바로 광고 서빙 기술을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광고 서빙은 기술을 사용자의 직접적인 반응을 추적하고, 배너의 클릭 패턴을 측정해야 하는 사이트에만 적용될 필요가 있다. 광고주 입장에서, 이런 추적/측정 기술이 반드시 필요치 않다면, 광고 서빙 기술을 무시하고 오직 (사이트 순위와 같은) 고객 기반의 측정 방식에 의존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온라인 미디어 업체는 광고 서빙 비용 없이, 훨씬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수의 임프레션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들이, 현실적으로, CPM 가격을 0.40달러으로 책정하기 시작한다면, 모든 미디어 기업의 마케터와 브랜드 매니저들은 다시 한번 온라인 광고 시장을 주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