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지·포털사이트 ‘성인광고’  
     
  작성자 : 배너야 (homeset@bannerya.com)    http://www.bannerya.com  
  작성일 : 2003/08/16 13:35  
  조회수 : 876  
     
  음란물로 인한 인터넷 오염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음란물이 실린 인터넷 사이트에 링크만 해도 위법’이라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1부(주심 박재윤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자신이 운영하는 속옷 정보제공 인터넷신문에 음란물이 게재된 또 다른 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를 설치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음란물 링크 표지를 자신의 웹사이트에 개설한 행위는 다른 사이트를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음란물을 직접 전시한 것과 같다”고 밝혔다.

링크란 인터넷 이용자들이 접속하고자 하는 웹페이지로 쉽게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로 이번에 문제가 된 링크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단어나 구절, 그림 등을 눌러 다른 홈페이지나 문서, 그림 등으로 옮겨가도록 해놓은‘하이퍼링크’를 말한다.

이같은 판결로 당장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스포츠지 사이트와 대형 포털사이트이다. 그동안 대형포털이나 스포츠지 사이트의 경우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는 화면에 노골적인 성인사이트 배너광고를 실어 지나친 상업주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 스포츠지 사이트의 한 관계자는 “초기 화면이 무제한으로 열려 있는 상태에서 성인사이트 배너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성인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장치를 해놨기 때문에 법 적용이 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인과 음란의 기준을 떠나 선정적인 성인사이트 광고를 게재하는 자체가 공신력 있는 신문사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초기 화면에 싣는 광고를 대폭 줄이고 광고 이미지도 점잖게 바꿀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성인인증 코너에 실린 해당 광고는 광고매출을 고려, 당분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황용석 언론재단 연구위원은 “하이퍼텍스트로 이뤄진 인터넷상의 링크는 전통적 개념의 게이트키핑이나 편집과 같은 개념으로 제작자의 의도와 선호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황 위원은 링크 규제가 인터넷 기술의 특성을 제한한다는 주장과 관련, “대법원 판결도 링크 자체가 아니라 법적 규제를 받은 음란물에 대한 책임을 문제삼은 것”이라며 “이번 사례를 계기로 성인광고의 노출범위나 기술장치 등에 대한 인터넷업계 자체의 자율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성호 변호사는 문화일보 7월31일자에 <인터넷 링크 허용돼야>라는 기고를 통해 “링크설정 행위는 음란물 전시를 방조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구 전기통신기본법이나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음란물을 전시한 자를 처벌하고 있을 뿐 음란사이트 연결 행위를 처벌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001년 10월 언론사닷컴을 비롯한 포털업체 등이 불법 도박광고를 게재하자 “광고로 불법사이트를 연결해주는 것도 도박개장을 방조하는 행위”라면서 해당사 책임자에 대해 불구속 기소했다. 인터넷상에서 다른 사이트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끌어다 쓰는 프레임 링크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판결도 있다.

당시 서울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2001년 12월 전자지도 업체가 “계약을 어기고 전자지도를 무단 링크시켜 저작권이 침해됐다”며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